[태형지민/뷔민] Crush On You
- firstcrushonyou
- 2015년 8월 16일
- 3분 분량

처음부터 놈이 맘에 안 들었다. 겉으로는 딱히 티를 내지 않았으나, 왠지 저 웃는 얼굴 뒤에 무언가가 숨어있을 것 같았다. 놈이 우리반에 전학 와서 하필이면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모든 사내 아이들과 계집애들의 시선은 그 놈에게 꽃혔다. 그렇지, 당연하지. 왜냐면 김태형은 존나 잘생겼다. 존나 짜증나게.
[태형지민/뷔민] Crush On You
내가 김태형을 본격적으로 싫어하게 된 건, 그 놈이 전학 오고서 일주일 뒤였다. 고작 일주일인데 금세 김태형은 여자친구를 사귀었다. 제일 예쁘다고 남자애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3학년 누나랑 사귄다고 했다. 재수없는 새끼. 김태형 주변에는 저절로 애들이 모였다. 김태형은 바로 노는 축에 속하게 되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 새끼가 차라리 날 존나 하찮게 여기고 아예 말도 안 하는 사이면 좋겠다. 하지만 놈이 내 옆자리라는 것부터 어긋났다. 쉬는시간마다 놈 주변에는 담배 냄새를 풍기는 새끼들이 몰려왔고 마구 떠들다가 같이 우르르 몰려 나가서는 김태형도 몸에 담배 냄새를 달고 왔다. 시발, 간접흡연이 더 안 좋다는 건 아나. 무식해서 모를까? 알더라도 신경 안 쓰겠지.
어느 날이었다. 김태형이 전학 온 지 약 2주가 지났을 때 웬일인지 김태형과 그 무리는 담배를 피러 나가지 않았다. 나는 가방에서 읽던 책을 꺼냈다. 내 손 끝에 뜨거운 시선이 하나 따라다니는 걸 느꼈다. 처음 보는 조용한 모습은 괜찮았으나 이 새끼가 왜 나를 그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보는 지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신경 쓰지 말자, 하고서 책을 펼치는 순간 버터라도 발랐는 지 느끼한 저음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렸다.
" 지민아. 지민아. "
헉 시발, 느끼한 목소리에 소름이 끼쳐 화들짝 놀라니 김태형과 주변 새끼들이 날 보고 껄껄 웃는다. 김태형이 전학 와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답을 하기 싫었으나, 난 일단 김태형의 무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찌질한 새끼임으로 머뭇거리다 짧게 답을 했다.
" .. 왜? "
김태형은 씨익 웃더니 내 책을 들어 내가 읽던 페이지를 한 번 훑어보고서 제 책상에 올려져있는 가정통신문을 몇 번 접어 페이지에 꽂고, 내 쪽으로 몸을 숙여 내 가방에 책을 넣었다. 그러고서 바로 몸을 드나 싶었는데, 내 쪽으로 몸을 더 가까이 했다. 좆같게. 내가 움찔 하며 몸을 뒤로 하자 김태형은 손을 뻗어 내 어깨를 세게 잡고서 내 귀에 속삭였다.
" 지민아, 너 따여봤어? "
..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따이다-' 의 의미는 아니겠지. 내가 멍하니 있으니 김태형은 한 번 더 속삭였다.
" 아아, 섹스해봤냐고. 아니다, 남자한테 박혀봤어? "
" .. 너 미쳤냐? "
나는 김태형의 어이 없는 물음에 욕을 내뱉었고 김태형의 무리가 들었는 지 나에게 지랄을 했다. 김태형은 사람 좋은 멍청한 미소를 지으며 제 무리에게 가라고 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내 팔을 아래로 잡아 당겨 날 자리에 앉힌 김태형은 말을 했다.
" 나 아직 남자는 따본 적 없는데, 내가 처음으로 따는 남자가 너가 되면 좋겠어. "
아, 진짜 미친 새끼구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김태형의 강냉이를 털어 저기 잠실에서 세워지고있는 제 2의 롯데월드를 만들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김태형은 날 괴롭혔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발에서 간질거리는 느낌이 나서 보면 김태형이 제 발을 내 발에 끈적하게 비비고 있거나, 학교 행사가 있어 줄을 설 때 뒤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보면 김태형이 많은 인파를 이용해 모른 체 하며 제 그것을 내 엉덩이에 - 정확히 말하자면 엉덩이 중 깊게 파인 그곳 - 갖다대고 있는 둥. 정말 더럽게 괴롭혔다.
" 지민아, 너 아기 좋아해? "
김태형의 입에서 '아기'라는 순수한 단어가 나오다니. 순간 난 아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다가 멈칫했다. 낌새를 보니 이 새끼 아기 좋아하나본데, 하나라도 접점을 만들기 싫어 거짓말을 했다.
" 아니. "
" 그럼 잘 됐네. 너가 내 아기 낳으면 넌 몸조리나 잘하고, 내가 아기 보면 되겠다. "
이런 미친 새끼.
" 아니, 사실 나 아기 좋아해. "
" 그럼 더 좋네. 아기 2명 낳아서 나 하나, 너 하나 보면 되겠구나. "
엄마, 나 진짜 이 새끼 싫어요.
" .. 내가 너 아기 가질 일 없어. "
나름 용기 내서 말하였다. 혹시나 김태형이 생물학적인 지식이 부족해 모르는걸까.
" 아기 벨 때까지 박을건데. 그냥 쉽게 말하자면 맨날 박을거야. "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으나 뒤가 뻔하였다. 하나는 김태형 이 또라이가 침 뱉으니까 흥분 된다, 너 그런 취향이었냐 이런 저질스러운 말을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김태형이 정색을 하며 제 무리를 불러 날 욕하고 난 존나 샌드백 되는 것. 둘 다 좆같다. 그냥 답을 안 하고 교과서에 시선을 두니 김태형이 슬쩍 손을 뒤로 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 미친. 순간 소리를 이상하게 낼 뻔했다.
급하게 손을 뒤로 해 내 엉덩이를 만지는 김태형의 손을 붙잡았다.
" 너 아무 대답 없는 거 나랑 섹스한다는 뜻 맞지? "
김태형은 그대로 내 손을 꽉 잡아 날 일으켜 세웠다. 또 화장실에 끌고 가겠지. 이런 상황은 많았다. 항상 가다가 종이 쳐서 내가 도망을 가거나, 울먹이면서 정말로 싫다고 하거나, 화장실에 사람이 많거나 아무튼 아주 고맙게도 섹스를 방해하는 요인이 많아 아직까지 나의 뒤는 안전하였다. 화장실에 도착하는 순간 명쾌한 종소리가 들렸다.
" 태형아, 종.. "
김태형은 내 말을 무시하고서 날 화장실 칸 안에 밀어넣었다. 정말 진심으로 무서워서 울먹이며 놈을 올려보자 김태형은 혀로 제 입술을 훑으며 말했다.
" 울면 더 흥분 돼. 지금까지 많이 봐줬잖아. 한 번 대주라. 아니, 무슨 한 번이야. 앞으로 매일 하자. 내 정력을 너에게 올인하게 해주라. "
아, 오늘따라 왜 화장실에 사람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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