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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지민/뷔민] 개 01

  • firstcrushonyou
  • 2015년 8월 16일
  • 4분 분량

태형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상한 아이로 유명했다. 태형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체육 대회 날, 갑자기 조회대로 올라가서는 라이온킹의 한 장면처럼 혼자 덥다고 포효하더니 생수를 자기 머리와 몸에 부어버렸다. 거기다가 중학교 때는 자기와 수준이 딱 맞는 성재를 만나 둘은 일명 '잘또'로 통하였고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자기가 딱 놀리기 좋은 수준의 지민을 만났다. 지민은 분명 처음에는 낯도 가리고 수줍은 성격이었는데 태형을 만난 후로 욕에는 낯을 텄다.

" 아, 이 개새끼가. "

오늘도 태형은 지민의 곁에 딱 붙어 지민의 엉덩이를 간지럽히고, 지민은 질색을 하며 태형의 손을 쳐냈다.

" 아앙, 찌미나. 찌미니 어제 뭐 머거써? 오늘따라 엉덩이가 통통하네? "

와, 이 새끼 진짜.

지민은 태형을 정말 개가 씹던 개껌 보듯이 쳐다보다가 태형을 뿌리치고 도망 가버렸다. 태형은 뭐가 좋은 지 헤실거리며 성큼 뛰어가 도망 가는 지민을 뒤에서 꽉 껴안았다. 지민이 진심으로 싫다는 듯이 태형을 밀어내자 태형은 장화 신은 고양이마냥 눈꼬리를 축 내리며 지민을 보았다. 그러다 혼자 아! 하고서 찌미나! 하고 불렀다.

" 오랜만에 오빠가 매점 좀 쏠까? "

보통의 남자아이라면 뭔 오빠냐, 개새끼야. 라는 반응이 나와야 하지만 지민은..

" 어머, 태태 오빠앙♡ "

언제 태형을 밀어냈냐는 듯 태형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 서로의 허리와 어깨를 감싼 채 매점으로 가는 둘과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 농구 동아리 부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 저 개좆같은 새끼들. 쟤네 아직 초등학교 다녀야 해. 요즘 조기 졸업이 대세라던데 저 새끼들 혹시 초등학교 조기 졸업 잘못했냐? "

좀 많이 거친 반응.

" 아, 윤기형. 그래도 쟤네 귀엽지 않아요? 그리고 지민이 엉덩이 통통한거 맞아요. 헤헤. "

태형과 같은 또라이.

" 맨날 저러는데 뭘 신경 써요. "

가장 정상적인 반응.

태형이 어떤 애인지 설명하라하면 '개새끼'라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 오죽하면 태형의 또 다른 이름은 '김개형'이다. 태형이 지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애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웬만하면 다 느낀다. 지민 하나 빼고. 남자 애한테 거는 장난이라기엔 너무 낯 간지럽고, 그렇다고 여자 애한테 거는 장난이라기엔 너무 거칠다. 태형은 자기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단순하고, 맘에 안 들면 토라지는 전형적인 개이다. 분명 태형은 지민을 좋아하는데 그게 단순히 친구로서인지 아닌지는 태형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보아 온 성재도 헷갈려한다. 사실 태형 자신도 모를 것 같다.

태형의 심기가 아까부터 불편했다. 기껏 매점 데려왔더니 지민은 빵을 입에 물고서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를 않았다. 지민에게 얼굴을 가까이 해 지민의 입에 물려 있는 빵을 한 입 앙, 베어물자 그제서야 지민이 개새끼가 미쳤나! 하면서 태형을 보았다.

" 야, 박지민. 너 혼날래? "

" 뭐, 시발. 뭐, 뭐. "

" 너 아까부터 누구랑 카톡하는데. 이 오빠야가 사준 빵을 물고서 잘도 다른 애랑 놀아난다? "

" 아, 정국이랑 농구 연습 언제 할껀지 얘기 하는거야. 자꾸 그렇게 입술 내밀고 있으면 네 입술로 너가 좋아하는 오징어 순대를 만들어서 주는 수가 있으니까 닥쳐라. "

지민이 다시 휴대폰을 보려 할 때 태형이 큰 손으로 지민의 핸드폰을 낚아챘다.

" 생각하니까 화나네. 너 나한테는 연락도 안 하잖아. 그리고 뭐? 정구기? 정꾸기??? 너 나한테는 맨날 개새끼라고 하면서. "

내가 언제 정국이를 그런 발음으로 했냐고 따지려던 지민은 아, 얘 또 개새끼 짓 시작이구나. 싶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민이 아무 대답 없이 남은 빵만 우걱우걱 씹자 야 야 하며 몇 번 지민을 건들던 태형은 눈치를 보더니 조심히 말했다.

" 찌미나, 화난 거 아니지? "

단순한 새끼..

지민은 혀를 끌끌 차며 빵을 한 입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을 지나쳐 빵 껍질을 버리고서 앞서가는 지민을 따라잡은 태형은 아까 빼앗은 지민의 휴대폰을 지민의 교복 뒷주머니에 넣으면서 엉덩이를 한 번 크게 움켜쥐었다.

" 아! 이 개새끼가! 미쳤지? "

지민의 반응이 재미 있는지 끅끅거리며 웃던 태형은 지민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 너, 정국이랑 말고 나랑 연습해라? "

" 싫어. "

아, 왜! 지민의 단호한 대답에 태형은 울상을 지었다.

" 너 새끼랑 둘이 있을 때 제대로 연습이 된 적이 없어. 너 저번에도 내가 공 넣으려고 점프할 때 바지 내려서 내 팬티랑 학교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 서로 인사한거 기억 나지. 그리고 발 걸어서 넘어뜨리고서 위에 올라타서 내 엉덩이, 시발 주물거리고. 너랑 한 번만 더 단둘이서 연습을 하면 내 엉덩이를 차라리 개구리에게 갖다바친다. "

얼굴이 시뻘개져서 침까지 튈 기세로 말하는 지민을 귀엽다는 듯 쳐다보던 태형은 마지막 말에 뭐..? 하고 표정이 굳었다. 그렇다. 개구리는 학교에서 남녀 가리지않고 학생이라면 가서 변태짓을 하는 선생의 별명이다. 전에도 한 번 개구리가 지민에게 심부름을 시키면서 엉덩이를 몇 번 토닥였고 그걸 그대로 본 태형은 눈이 뒤집어져 얼마 안 남은 개구리의 머리카락을 뜯으려다가 지민에게 명치를 맞고서 잠잠해졌다.

" 박지민, 너 심하다. 진짜. 내가 엉덩이 만져도 질색하면서. "

" 그니까 너랑 단둘이서 농구를 할 일이 없다는거지. 아, 몰라. 곧 있음 수업 종 쳐. "

히잉,하며 지민의 뒷모습을 보던 태형은 다시 지민에게 뛰어가 어깨동무를 하였다.

" 찌미나! 그럼 나 구경만! "

" 구경만 해라. 저번처럼 구경 한다면서 갑자기 코트로 와서 내 엉덩이에 손 대면 네 강냉이로 강냉이 가게 차릴꺼야. "

태형과 지민이 싸웠다.

주말에 태형과 만나서 영화를 보기로 한 지민은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영화표를 성재에게 넘겼다. 그리고 지민에게 갑자기 생긴 그 약속은, 같은 동네에 있는 여고 학생을 소개 받는 것이였고 그 사실을 안 태형은 간만에 정색을 하며 지민에게 화를 내버리고 갔다.

" 아씨, 진짜.. 내가 쟤 강냉이를 털어서 강냉이 죽을 끓여먹는다 진짜. "

" 넌 김태형 강냉이로 제 2의 롯데월드도 짓겠다. "

" 닥쳐, 김개형이랑 똑같은 육성개 새끼야. "

지민의 반응에 턱을 괴며 웃던 성재는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 근데 솔직히 너가 심했다. 김태형이 너랑 오랜만에 영화 본다고 들떠있던거 너만 모르냐. "

" 야! 그렇다고 어? 여자애를 만나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내 두 쪽 엉덩이를 콱 쥐고서 끌고가면 그건 개 아니면 누가 하는 행동이냐? "

성재는 한숨을 푹 쉬며 지민의 머리 위에 손을 턱 하니 올리고 말했다.

" 김태형 걔 화 한 번 나면 풀기 어려울껄. 아마 걔가 서울대 들어가야지 풀릴수도. "

평생 불가능하다는 소리잖아.

암튼 난 간다, 라고 말하고 가는 성재의 뒷모습을 보며 지민은 생각했다.

내가 좀 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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